창업/지원사업

외주개발을 맡기고 탈모 직전까지 간 썰

후운키 2023. 1. 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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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개발 고민하고 계신가요?

초창기 스타트업은 많은 인력을 고용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외주개발사에 개발을 맡기곤 합니다.

 

저는 아임웹을 이용한 사이트를 이미 운영하고 있었지만,

확장성과 원하는 기능 추가를 위해서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운이 좋게 정부지원사업을 받았고, 지원금을 이용해 외주개발을 진행했죠.

 

외주개발을 시작하기 전 이미 외주개발의 안 좋은 사례를 많이 들어서 좋은 업체를 찾으려고 애썼어요.

10곳 가까운 개발사를 찾아다니며 세심하게 비교한 끝에 개발사를 선정했죠.

나는 다를 거라 생각하면서요


다행히 개발을 진행하면서 크게 문제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기획도 꼼꼼하게 함께했고, 매일/매주 개발상황을 공유하며 진행했죠.

개발인력과 저희 사이에서 소통해 주는 개발자가 계셨는데, 너무 잘해주셔서 개발사 잘 골랐다고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첫 결과물을 보고 머리가 하얗게 변했습니다.


처참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디자인과 기능 구현이 모두 엉망이었기 때문이죠.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한 디자인이 훨씬 나아 보일 정도로 처참한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기획안과는 왜 이렇게 다르며

폰트와 구성요소들의 크기와 배치는 왜이렇게 제멋대로 있는지...

 

4천만 원이라는 비용을 썼는데, 돈과 시간을 날린 것 같아서 허망했습니다.

솔직한 심정을 개발사에 전달했습니다. (약간의 분노를 담아)


개발사에는 이게 완전한 결과물이 아니고, 앞으로 함께 수정해 나가면 된다고 하더군요.

저는 우선 디자인의 각 요소를 하나하나 지적하면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거의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나 봐줄 만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기능에도 하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개발사에서 기본적인 테스트는 끝마치고 전달해 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flow를 테스트해 보면 온갖 하자를 찾아냈습니다.

여기서 또 2주라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원래 예정됐던 사이트 오픈일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죠.

 

그래도 정상적인 상태로 오픈해야 했기 때문에

잔금지급을 미루며 하자에 대한 보수를 계속해서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정부지원사업의 허점이 드러납니다.

지원사업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원사업기간 내에 지원금을 소진하고, 산출물을 내어야 했기 때문에 잔금 지급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잔금지급이 끝나니 개발사의 태도가 살짝 변했습니다.

극단적으로 잠수를 타고, 도망간 것은 아니었지만

실시간 대응이 불가하다며 1주일에 한 번씩만 하자보수를 해주었습니다.

아직 요구사항에 대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죠.

 

여기서 마지막 문제가 터지고 맙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기능은 작동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이트 오픈을 진행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웬걸

회원가입이 안 된다는 클레임이 빗발쳤습니다;


사이트의 기본 중 기본인 회원가입에서 문제가 생기니 너무 화났습니다.

개발사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현재도 사이트 보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00% 해결이 안된 상태인데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문제들을 정의해 봤습니다.


첫 번째, 유능한 개발자는 어디로 가는가?

개발자 모시기 정말 어렵다고 하죠.

몸값이 많이 올라서요.

그런데 모시기 힘든 개발자는 어디로 갈까요? 대부분 대우가 좋은 큰 기업에 몰리기 마련입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개발인력들이 소형 개발사에서 일하게 되겠죠.

그분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정해진 정부지원사업 기간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지원사업기간 내에 지원금을 모두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 끝나지 않아도 잔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런 약점을 이용하는 개발사도 많다고 하죠.

제대로 된 산출물이 나올 때까지 지급을 미룰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 밖에도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겠지만

부족한 인력과 정해진 시간은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수많은 대표님께 드리고 싶은 제 의견은

외주개발 결과물로 내 사업을 전개한다기보다는 외주개발 결과물로 내 사업을 테스트해본다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입니다.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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